사진 정리하다가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의 시절이 그리워져서 추억팔이 겸, 중국의 대학교 모습 및 특징을 소개할 겸 포스팅합니다. 코로나 직전의 모습이라 지금은 달라졌을지 궁금하네요.
중국의 대학교 풍경을 떠올린다면 학교식당을 뺄 수 없습니다. 학교 내에서 대륙의 인구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은 학교식당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다녔던 학교는 앞서 말했듯이 부속 중고등학교와 대운동장을 공유해서 식당도 함께 공유했는데, 만약 수업이 중고등학생들의 점심시간인 12시 또는 그 이후에 끝난다면 학교식당에 가지말까 고민이 될 정도로 긴 줄을 서야합니다. 북적북적해서 자리잡는 것도 힘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는 북경 내에서도 식당 규모가 크고 저렴한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와서 먹을 정도였습니다. 식당 메뉴만 200개가 넘을 정도였습니다. 초창기에는 메뉴가 워낙 많아서 어떤 음식인지도 모르고 한자 읽을 수 있는 걸로 고르곤 했습니다.
2학기 때인가 신메뉴로 '카오야(烤鸭, 북경오리)'가 생겼습니다. 가격은 18원이었습니다. 한국돈으로 3000원 정도. 18위안은 학식 메뉴 중에 가장 비싼 금액에 속합니다. 처음에 받았을 땐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먹으면 배가 부릅니다. 아래 사진 중 오른쪽이 당시 신메뉴였던 '카오야'입니다. 인기가 많았던 카오야는 고정메뉴가 되었습니다.
토마토계란볶음(潘茄炒蛋) 등 다양한 볶음밥, 소고기면(牛肉面) 등 수십가지의 중국 면 요리, 마라샹궈, 마라탕 등 중식을 넘어 할랄음식 코너, 양식코너(피자, 파스타, 햄버거 등), 일식코너(일식 면), 한식코너까지 (볶음밥, 떡볶이 등) 전세계 음식이 모두 있습니다. 정말 먹고 싶은 건 다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건물이 통째로 식당이었고, 식당건물이 한블럭 지나 하나 더 있었다. 총 4개의 식당 건물이 있었는데, 마지막 학년 때 새로 지어진 식당은 백화점 푸드코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깨끗하고, 유명 체인점들이 입점한 곳이었습니다. 체인점이지만 가격은 바깥보다 저렴했습니다. 한국 치킨도 있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창구에 서있는 사람에게 음식 이름을 말하고 왼쪽 하단에 있는 기계에 학생증으로 계산합니다. 학생증에 미리 돈을 충전시켜야 합니다. 주문하면 뒤에 서있는 사람이 즉석에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사진 속 사람보다 커 보이는 저 항아리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코로나 1년 전인 2019년에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바로 무인계산!
이전에 식당 중에 부페식인 코너를 가면 원하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짚어오고 계산원이 그릇 색을 보고 계산해서 결제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는 그릇에 바코드가 있는지 그릇이 담긴 쟁반을 계산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결제해야하는 총계가 떴습니다. 그때 학생증을 스캔하면 결제 완료.
당시 신기술에 놀라워하면서도 '기술도입력이 정말 빠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해에 무인시스템 관련 기술이 교내에 많이 도입되었는데 학교 출입할 때 얼굴인식하는 시스템도 도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학교를 가는데 얼굴을 스캔해야한대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갔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교문 앞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마스크를 내리고 기계 앞에 얼굴을 보이고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공항에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북경의 여름에는 대학교에서 우산이 거의 필수품처럼 보입니다. 10명 중 7~8명의 여학생들이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대륙이라서 햇볕이 유독 따갑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교내에는 IT카페도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은 아이스크림 로봇입니다. 돈을 내면 로봇이 카페직원처럼 팔의 관절을 빙빙 돌려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줍니다. 2023년인 지금은 로봇이 커피를 주기도 하지만, 북경에 도착했던 2017년에는 한국에서 로봇 활용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꽤나 놀라웠습니다. 오른쪽은 정수기인데 원하는 물의 양과 온도를 손가락으로 조절해서 주문하면 저 예쁜 디자인에서 주문한대로 물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3D 프린트가 무슨 인형뽑기 기계마냥 나열되어 있는데 약간의 돈을 내면 누구나 사용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2023년인 지금도 3D 프린트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데, 저곳은 대학교 내에 저렇게 쌓여있었습니다. 중국 많이 무시하고 있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저 카페에서 로봇과 3D 프린트를 보고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학교를 걷다보면 위처럼 로봇 자동차를 만드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캠퍼스 안은 작은 동네 같았습니다. 필요한 건 다 있었습니다. 세탁소부터 문방구, 통신사, 사진관, 미용실까지... 밤에는 열쇠를 복사해주는 아저씨까지 나타납니다. 기숙사 방이 열쇠를 이용하기 때문인지 이용자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름밤은 학생들의 운동 타임입니다. 조깅하는 학생도 많고, 농구하는 학생은 더 많습니다. 운동장 하나 전체가 농구 골대인 걸 보고 중국에서 농구가 정말 인기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게다가 여름 밤에는 비어있는 농구골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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